긴급 재정관리 회의에서 발언하는 기재부 차관 지난달 26일 당시 안일환 기획재정부 2차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긴급 재정관리 점검회의에 발언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 경제 위기 극복을 이유로 예산을 조기 집행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연합뉴스

정부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불과 1주일 앞둔 지난 31일 교사·군인·경찰에 대한 상여금과 수당을 조기 지급했다. 보통 4~5월에 주던 것을 선거 이전에 앞당겨 준 것이다. 초·중·고 교사(71만명)와 군인(24만여명), 경찰(12만여명)을 합치면 100만명이 훌쩍 넘는다. 참으로 속 보이는 일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 ‘예산 조기 집행 협조’ 요청 공문을 내려보냈다. 이에 따라 매년 5월 15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주던 교사 상여금을 이번에는 3월 31일 최하등급(B등급) 기준으로 모든 교사에게 먼저 지급했다. S·A 등 상위 등급자에겐 선거 이후에 나머지 차액을 주기로 했다. 상여금을 두 번에 나눠주는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국방부도 보통 4월에 주던 장교·부사관 상여금을 3월로 앞당겨 줬다. 경찰은 매달 20일 주던 초과근무 수당을 20일이나 앞당겨 줬다. 일단 초과근무 추정치로 지급한 뒤 실제와 차액은 4월 20일에 준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작년 총선 때도 이런 변칙 수단을 썼다.

정부는 코로나 경제위기 극복 차원에서 예산을 앞당겨 집행한 것이라고 했다. 1~2주일 당겨 준다고 위기가 극복되나. 코로나는 핑계일 뿐 공무원들 표 얻자는 목적이라는 것을 이제는 다 안다.

정부는 작년 총선 이틀 전에 만 7세 미만 아동이 있는 209만 가구에 40만원씩을 꽂아줬다. 코로나로 노인 일자리 사업이 중단되자 65세 이상 52만명에게 일하지 않았는데도 27만원씩을 줬다. 4인 가족 기준으로 가구당 100만원씩의 재난지원금 지급 계획을 총선 전에 발표하고, 대통령이 투표 당일에 ‘미리 지급 신청부터 받으라”고 지시했다. 여당은 180석을 얻는 압승을 거뒀다.

이번에 LH발 땅 투기 의혹과 정부·여당 인사들의 위선과 반칙이 줄줄이 드러나 선거가 어려워지자 다시 돈으로 환심을 사보겠다고 나선 것 아닌가. 정부는 지난달 말부터 20조원 규모의 4차 재난지원금을 풀기 시작했다. 서울시와 25개 구청은 이와 별도로 4월 초부터 재난지원금 5000억원 등 1조원을 풀겠다고 했다. 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당선되면 시민 1인당 10만원씩 위로금을 주겠다”고 하더니 19~24세 청년들에게 버스·지하철 요금도 40% 깎아주겠다고 한다. 여당은 입만 열면 돈 주겠다는 얘기뿐이다. 전부 국민 세금이다. 모범적이던 우리 선거가 심각하게 타락하고 있다.